헨델(Handel) ...,라르고 (Largo)

2020. 2. 4. 23:29. 클 래 식

 

 

  눈보라가 휘몰아쳤지.

 세상 끝까지 휩쓸었지.

 식탁 위엔 촛불이 타고 있었네.

 촛불이 타고 있었네.

 

 여름날 날벌레 떼가

 날개 치며 불꽃으로 달려들 듯

 밖에서는 눈송이들이

 창을 두드리며 날아들고 있었네.

 

 눈보라는 유리창 위에

 둥근 원과 화살들을 만들었고

 식탁 위엔 촛불이 타고 있었네.

 촛불이 타고 있었네.

 

 

 촛불 비친 천장에는

 일그러진 그림자들 엇갈린 팔과

 엇갈린 다리처럼 운명이 얽혔네.

 

 그리고 장화 두 짝

 바닥에 툭툭 떨어지고

 촛농이 눈물 되어 촛대서

 옷 위로 방울져 떨어졌네.

 

 그리고 모든 것은 눈안개 속에

 희뿌옇게 사라져갔고

 식탁 위엔 촛불이 타고 있었네.

 촛불이 타고 있었네.

 

 틈새로 들어온 바람에 촛불 날리고

 유혹의 불꽃은 천사처럼

 두 날개를 추켜올렸지.

 십자가 형상으로.

 

 눈보라는 2월 내내 휘몰아쳤네.

 그리고 쉬임 없이

 식탁 위엔 촛불이 타고 있었네.

 촛불이 타고 있었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겨울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