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21. 06:33ㆍ*~ 좋은 글, 詩
'엄마 마중'
추워서 코가 새빨간 아가가 아장아장 전차 정류장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낑' 하고 안전 지대에 올라섰습니다
이내 전차가 왔습니다
아가는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와요?"
"너희 엄마를 내가 아니?" 하고 차장은 '땡땡'하면서 지나갔습니다
또 전차가 왔습니다
아가는 또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와요?"
"너희 엄마를 내가 아니?" 하고는. . .
이 차장도 '땡땡' 하면서 지나갔습니다
그 다음 전차가 또 왔습니다
아가는 또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 우리 엄마 안 와요?"
"오! 엄마를 기다리는 아가구나." 하고 이번 차장은 내려와서,
"다칠라. 너희 엄마 오시도록 한군데만 가만히 섰거라, 응?"
하고 갔습니다
아가는 바람이 불어도 꼼짝 안 하고,
전차가 와도 다시는 묻지도 않고,
코만 빨개져서 가만히 서 있습니다
이태준 (1904 - ) 강원도 철원. 1946년 6월 월북.
김동성 그림 (1970 - ) 부산. 1995년 홍익대 동양화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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