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과 당신 / 함영재

2021. 5. 17. 07:26♬~가 - 요/고 독

 

 

 

 

  세월 한 켤레. . .

 

  신발장을 정리하다
  헌 구두 한 켤레를 끄집어냈다

  나를 끌고 다니던 힘

  다 빠져나가고 느슨한 시간의

  검은 발가락만 꼼지락거리고 있는
  세상의 딱딱한 바닥

 

  아프도록 찍어대던 뾰쪽한 뒷굽은
  어처구니없이 뭉개져버렸다

  툭툭 헛발질하다 쓰러진

  반질반질한 시절
  말라붙어 집밖을 그리워하고 있다

 

  광택 잃은 세월 한 켤레
  내가 다녔던 허다한

  길을 회상하며 쓴웃음 짓고 있다

  잃어버린 길을 찾아
  모든 길의 의미를 되새김질 하는

  한 켤레의 추억만 

  제자리걸음으로 남아
  내 발바닥을 기억하고 있다  

  .

  .

  .

  박선희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