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msterdam --- Prelude

2020. 9. 16. 06:53♬~좋아하는 팝..外/♪Healing 5

 

 

 


  나이들면 사는게 쉬워지는 줄 알았는데
  찬비 내리는 낮은

  하늘이 나를 적시고

  한기에 떠는 나뭇잎되어 나를 흔드네

  여기가 희미한 지평의 어디쯤일까
  사선으로 내리는 비

    

  사방의 시야를 막고 헐벗고 젖은 속세에

  말 두 마리 서서 열리지 않는 입 맞춘 채 함께 잠들려 하네

  눈치빠른 새들은 몇 시쯤 기절에서 깨어나
  시간이 지나가버린 곳으로 날아갈 것인가
  내일도 모레도 없고 늙은 비의 어깨만 보이네

  세월이 화살되어 지나갈 때 물었어야지
  빗 속에 혼자 남은 내 절망이 힘들어할 때

    

  두꺼운 밤은

  내 풋잠을 진정시켜 주었고

  나는 모든 것을 놓아 버리고 편안해졌다

  나중에 사람들은

  다 그렇게 사는 것이라고

  안개가 된 늙은 비가 어깨 두드려 주었지만
    

  아, 오늘 다시

  우리 가슴을 설레게 하는

  빗 속에 섞여 내리는 당신의 지극한 눈빛

 

  늙은 비의 노래 / 마종기(1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