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곶 해안...

2020. 7. 5. 06:29*~ 좋은 글, 詩

 

고독이 이렇게 부드럽고 견고할 수 있다니

이곳은 마치 바다의 문지방 같다

주름진 치마를 펄럭이며

떠나간 여자를 기다리던 내 고독의 문턱

 

아무리 걸어도 닿을 수 없었던 生의 밑바닥

그 곳에서 橫行(횡행)하던 밀물과 썰물의 시간들

내가 안으로, 안으로만 삼키던

울음을 끝내 갈매기들이 얻어가곤 했지

 

모든 걸 떠나보낸 마음이 이렇게

부드럽고 견고할 수 있다니 이렇게

넓은 황량함이 내 고독의 터전이었다니

 

이곳은 마치 한 생애를 위해

걸어가야 할 광대한 고독 같다

누군가 바람속에서 촛불을 들고

걸어가던 막막한 생애 같다

 

그대여, 사는 일이 자갈돌 같아서 자글거릴 땐

백령도 사곶 해안에 가볼 일이다

그 곳엔 그대 무거운 한 생애도 절대 빠져들지 않는

견고한 고독의 해안이 펼쳐져 있나니

 

아름다운 것들은 차라리 견고한 것

사랑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에도 그 뒤에 남는 건

오히려 부드럽고도

견고한 生 백령도 백년 동안의 고독도

 

규조토 해안 이곳에선 흰 날개를 달고

초저녁별들 사이로 이륙하리니 이곳에서

그대는 그대 마음의 문지방을 넘어서는

또 다른 生의 긴 활주로 하나 갖게 되리라...

.

.

.

.

박정대.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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