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15. 22:08ㆍ♬~가 - 요/행 복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대문에 눈실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 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을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혀 있는 길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불어라 바람아......
거친 세상을 나 혼자 걷는다
해가 지는 거리에
차가운 비바람 지친 몸을 휘감아
어둠 속에 잡아 두는데
아 인생아 어디로 가느냐
아 무정한 청춘아
불어라 바람아 거친 파도처럼
내 두려움 사라지도록
비라도 내려라 가슴에 흐르는
뜨거운 눈물이 씻겨가게
하늘아 저 불타오는 태양과 같이
나에게 뜨거운 정열을
두려워마 나는 할 수 있어
아무것도 아니야
시련을 이기면 밝은 날이 오겠지
저 태양은 떠오를 테니
비라도 내려라 가슴에 흐르는
뜨거운 눈물이 씻겨가게
하늘아 저 불타오는 태양과 같이
나에게 뜨거운 정열을
불어라 바람아 가슴에 흐르는
뜨거운 눈물이 씻겨가게
하늘아 저 불타오는 태양과 같이
나에게 뜨거운 정열을
불어라 바람아 불어라
불어라 바람아 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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