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월 / 오세영

2017. 2. 13. 05:48*~ 좋은 글, 詩

 

 

 

 

 

 

 

2월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 주는 달,

 

'벌써'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오세영 詩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