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벤더의 연인들* Ladies in Lavender OST

2014. 8. 11. 06:01. 영화 OST 外

 

 

라벤더의 연인들 Ladies in Lavender (2004)

Ladies in Lavender OST -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해안을 따라서 멋진 암석과 빛고운 자갈들이 깔려 있는

영국의 작은 어촌인 Cornwall.

많은 갈매기들이 날고 하얀 파도가 굽이치는 해안가 작은 마을,

노년의 두 자매인 자넷과 우슬라는 평화로운 풍광처럼

그곳에서 평화로운 황혼을 보내고 있다.

 

세계 1차 대전에 남편을 잃은 언니와

평생 사랑의 감정을 느껴보지 못하고 살아온 동생 우슬라.

오래된 집이지만 초록빛 담쟁이덩쿨이 낡은 벽을 덮고 있는 집,

 

뒤 뜰의 자연 그대로인듯한 소박하고도 정감있는 정원

바닷가에 인접한 아름다운 집에서 살고 있는 그녀들에게 뜻밖의 손님이 찾아든다.

거대한 폭풍이 밤새 휘몰아친 아침에,

또다시 떠오른 해를 맞이하러

나잇가운에 맨발로 뒤 뜰 정원의 풋풋한 나무숲을 거닐다가

그들이 늘 산책을 하던 바닷가 한 쪽끝에

거의 죽음에 이르게 된 젊은 청년을 발견한 것이다.

 

 

 

 

그는 바이올린에 남다른 재능이 있는 폴란드청년인 안드레아인데

커다란 꿈을 가지고 미국을 향해 가다가

간밤의 태풍에 배가 난파되어 바닷물에 떠밀려 왔던것이다.

손자뻘처럼 어린 청년의 등장으로 두 여인의 잔잔한 일상에 파문이 인다.

 

두 관록있는 여배우의 연기는 섬세하고 또 아름답다.

그들의 내면의 떨림과 흔들림에 갈피를 못 잡는

섬세함의 표정연기와 몸짓은 매우 훌륭하였다.

 

거기에다가 맑고 푸른빛이 감도는 바닷가의 아름다운 해안의 전원풍광,

거의 전편에 흐르는 바이올린의 아름다운 선율을 듣는것만으로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영화에 빠져들게 하였다.

 

 

 

 

두 자매의 정성어린 간호와 치료로 완쾌된 안드레아.

어느 날 그는 두 자매를 위하여 연주를 한다.

마스네의 '타이스의 명상곡'...

 

“언니는 그래도 00와 행복한 적도 있었잖아. 나는 ....”
“그렇지, 좋은 때도 있었지.”
“내가 바보 같지. 멍청해”
“아니야, 순진해서 그래.”

 

결혼의 경험도 사랑의 경험도 한번 없는 우슐라는
갑자기 나타난 젊은 청년 안드레아를 보살피며 떨리는 감정을 경험하고 행복해 한다.
그녀는 긴 머리를 자주 빗고 언니가 그의 머리를 잘라주는 것을 바라보며 홍조를 띤다.
 바닥에 떨어진 그의 머리카락을 몰래 집어 들고 간직한다.

 

그가 건네주는 들꽃다발에 행복해하다가
같은 것을 언니에게도 주자 금세 표정이 바뀌기도 한다. 그는 기력을 회복한다.
마을을 산책하기도 하고 선술집에서 동네남자들과도 어울린다.

 

 

 

 

 

 

두 자매에게 나타난 화가인 올가.

휴가를 지내러 이곳에 와서 전원풍광을 그리던 그녀는

안드레아는 바이올리니스트다. 우연히 안드레아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게 되고

런던의 유명한 바이올리스트인 오빠에게 편지를 보내어

안드레아의 특출한 바이올린 재능을 알려준다.

 

그녀는 안드레아에게 편지를 보내지만
두 자매는 그 편지를 그에게 전달하지 않는다.
안드레아가 마을로 산책을 나가면 언제 돌아오는지 초조하게 기다린다.
안드레아와 화가는 왜 그 편지가 전해지지 않았는지 짐작조차 못했다.

 

“나는 그 젊은 여자가 괜히 싫어.”
“언니, 나는 그 여자가 두려워.”

 

‘싫다’와 ‘두렵다’의 차이는 엄청나다.
‘두려워’를 말할 때의 우슐라의 눈빛을 안타까워서 차마 바라볼 수가 없다.
때로 순진함은 이렇게 맹목적이고 이렇게 치명적으로
대상에 대해서 몰입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를 데리고 런던으로 간다.

 

 

 

 

두 자매에게 미처 작별 인사를 하지 못하고 떠난 안드레아.
안드레아는 본의 아니게 작별 인사도 없이 두 자매를 떠난다.
그는 재촉하는 젊은 여자 화가를 따라 런던행 기차를 탄 것이다.

 

오늘 안드레아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닭고기
-우슐라는 닭고기를 폴란드어로 어찌 표현하는지 몰라서 개고기로 말했지만-
가 차려진 식탁에 우슐라는 앉을 수가 없다.

 

“아니야. 좀 더 기다려봐, 내가 오늘 닭고기 요리를 준비한다고 했어.”

 

그러나 그 날 밤 안드레아는 돌아오지 않았다.
우슐라는 그가 머물던 침대에 웅크리고 누워서 그를 추억한다.
어느 날 그녀들에게 날아온 소포, 깨지지 않게 주의하라는 소포엔
안드레아의 초상화와 안드레아의 연주회 초대장이 들어있다.

 

 

 

두 자매의 집엔 동네 사람들이 가득 모여서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고
두 자매는 연주회장에 앉아 있다.
안드레아는 연주를 하고 그를 바라보는 두 자매의 눈엔
그리움과 감동이 보일 듯 말 듯 맑은 눈물로 어린다.

 

청중들은 안드레아의 연주에 환호한다.
연주회장 밖에서 안드레아와 재회한 두 자매,
그러나 충분히 이야기를 나눌 새도 없이 안드레아를 찾는 저명인사들 때문에
안타까운 눈빛만 교환하고 그 곳을 떠난다.

 

 

 

그녀들이 돌아서서 걸어가는 연주회장의 회랑,

계단을 내려설 때마다 조금씩 어두워진다.
그녀들의 뒷모습이 조금씩 작아진다.
이제 안드레아를 가슴에 품을 수밖에 없음을 알아차리는 두 자매를

 

이렇게 표현하였지 싶다.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장면이다.

 

 

 

 

햇빛 밝고 물빛 아름답고 발밑의 자갈 소리가 유난히 듣기 좋은 콘월 해변에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고요한 바닷가를 산책하는 두 자매,
그녀들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자갈소리가 귓가에 와 닿는다.
엔딩 자막이 올라가는 긴 시간 내내

 

안드레아가 연주하는 바이올린 소리가 극장 안을 가득 채운다.
아무도 일어서지 않는다. 저 앞에 누군가는 살짝 흐느낀다.
우슐라에게 감정이입 되었다면 그리 작은 소리로 훌쩍일 수도 있다.
가슴에 남아 있던 어떤 회한을 그렇게 콘웰 해변의 바닷물에 모두 실려 보내려면
그렇게 조금은 울어야 하지 않겠는가. 

 

두 자매의 사랑은 침묵 속에 압화되리라.
보라색 라벤다 꽃잎이 연보라색으로 빛이 좀 바랜다 해도
언제라도 꺼내볼 수 있는 마음의 갈피에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며 수줍게 놓여 있을 것이다.

 

 말하지 않았다고, 상대방이 눈치 채지 못했다고 사랑이 아닌 것은 아니다.
두 자매가 황혼에 불러보는 마지막 연가는
나지막한 아카펠라가 아니라 흐느끼는 바이올린 소리였다.
그 소리도 언젠가는 잦아들다가 마침내는 침묵으로 응고될 것이다.
그러므로 침묵은 ‘소리 없음’이 아니라 ‘소리 있음’의 마지막 단계다.
‘침묵’이라는 꽃말을 지닌 라벤다처럼

 

 

두 자매는 여전히 정원에 핀 라벤다 향기를 맡으며,
바닷가를 산책하며, 안드레아의 초상화를 바라보며, 고요한 일상을 살아가리라.
결코 ‘안드레아’에 대한 사랑을 입 밖에 내지 않으리라.
그러나 그를 떠올릴 때마다 한결같이 생의 기쁨을 누리리라.
이제 우슐라도 한 남자를 순수한 열정으로 사랑하는 설렘의 추억이 생겼다.
그녀는 그 추억을 고이 간직하며 읊조리겠지.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