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22. 06:36ㆍ*~ 좋은 글, 詩
고흥 팔영산
산행의 육하원칙
1. 언제 산으로
가나.
봄이 좋다. 가을은 더 좋다. 여름도 괜찮다. 겨울은 시리도록
좋다.
자기가 좋아하는 계절이 영락없이 더 좋다.
기쁠 때 가라. 괴로울 때나
외로울 때도 가라.
바람 부는 날.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 눈이 부시게 푸른 날.
천둥치고 번개치는 날. 달 밝은 날. 미쳤다고 생각되는 날까지 가라.
2. 어느 산을 갈 것인가.
가까운 산 몇 번 간 후에. 먼 산으로 달려가라.
낮은 산 오르고. 높은 산 올라라.
유명하고 아름다운 산은 자꾸만 가라.
3. 누구하고 갈 것인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적다면 적어서 좋다.
서넛이면 여러가지로 좋고. 둘이면 손잡기 좋고.
혼자면 마음대로라 좋다.
홀로 가면 바람과 구름. 나무와 새. 꽃과 나비를 몽땅
가슴에 담을 수 있어
좋을 뿐더러. 자연과 친구가 될 수 있어 희안하게 좋다.
4. 산에 가서 무엇을 하나.
기진할 때까지 방황하다 쓰러져라.
두려움조차 내 것으로 껴안아라.
새소리도
흉내내보고. 나뭇잎에 편지라도 적어보라.
향기에 취해서 야생화를 뺨에 비벼보라.
도토리 한알 주워 친구에게 선물해보라.
산정에서는 고함보다 침묵이. 침묵보다 명상이 엄청 더 좋다.
5. 어떻게 산에 가면 좋은가.
발가벗고 가라. 허위와 영악함 부끄러움과 더러움을 가져주는 옷과
넥타이. 모자. 양말까지 벗고 가라.
그렇게 하면 솔바람에 마음을 정갈히
빗질할 수 있고.
맑은 계곡물에 더러움과 영악함을 헹구기 쉽다.
6. 왜 산에 가는가.
산이 있기에 간다. 우린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태어났다.
대답하기 어려우면 존재론으로. 더 곤란하면 운명론으로 돌려라.
더더욱
곤경에 처하면 되물어라.
- 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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