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p
2017. 2. 17. 05:21

겨울 산책 / 주응규
머리맡의 얼어버린 자리끼같이
천지간이 정적에 잠겼다가
쩡쩡 갈라지는 겨울 속을 걷는다
뭇발길에 비켜선 먼 산자락
절벽에 뿌리내린 노송은
잔솔가지에 백화(白花)를
난만히 피운 채
의연한 기백이 푸르르다
고드름같이 하얗게 날이 선
창백한 햇살을 흠빨며
근근이 목숨 줄을 부지하는
무수한 생명이 실살스레
봄을 피우기에 분주하다
자연의 맥박이 쉼 없이 고동쳐
분홍 꿈을 시나브로 투영하는
삶은 한겨울 날의 산책 같다.